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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한 생각은 감사하다는 것이었다. 그동안은 4.19나 유신독재 타도를 외쳤던 그 분들, 그리고 노동운동자들, 518까지.. 그분들께 감사했었다면, 정말 끊임없이 노력하다 쓰러져간 노동자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산업의 주역이었던 그분들이 정말 주인공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분들이 없었다면, 지금 내가 아직 80년대를 살 수도 있는 일이었다. 나라도 당연히 그렇게 뛰쳐나갔을 거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것이 참 어렵다.
이 소설은 약 1960년 4 19부터 1980년 5 18까지 20년의 역사를 그리면서 모든 등장인물들에게 필연성을 주었다는 것. 그것도 대부분 가족보다는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로 생각하게 해 주었다는 것이 너무 멋지다. 태백산맥보다 훨씬 사회적인 문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느낌도 들고(실제로는 그렇지는 않은데, 그냥 내가 생각하는 사회의 문제와 더 가까워서 그런 것 같다. 아마도 공산주의나 제국주의 이런 것들보다는 더 현대사의 이야기여서 그런 것 같다), 태백산맥보다 에피소들들의 길이가 짧다는 느낌도 들고, 훨씬 재미있었다. 태백산맥은 6권에서 포기했지만, 한강은 10권을 일주일만에 다 읽었으니까.
아직도 생각난다. 어렸을 때 유치원 다닐 때 이순자여사의 이름이 들어간 (책에서 보고-생일축하합니다 노래였다-_-) 노래를 불렀다가 어른들이 그런 노래는 부르면 안된다고 했던 일. 그리고 국민학교에 가서야 왜 그랬는지 알았다. 한강의 역사는 90년대 국민학교에서 참 많이 들었던 이야기들이었다. 삼환기업이 그 시작이었는지는 몰랐어도, 우리나라 기업이 왜 중동에서 환영받게 되었는지 그 과정들을 들었던 것도 기억난다. 광주민주화운동과 전태일의 영화는 중학교 때 보았다. 그러면서도 현대사는 참 궁금했던 영역이었고, 아직도 모르는 것 투성이다. 대학교 때 교양형법시간에 들었던 인혁당 사건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야 무죄선고가 나왔다. 어떤 정권이냐에 따라 무죄선고가 안일어났을 수도 있다. 다시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아직도 당시 간첩조작단 사건들이 재심중이고, 어떤어떤 영화들은 제작이 중단되고 있다. 어쩌면 우리 국민들은 아직도 역사가 후퇴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배우고 있다. 그리고 후퇴하지 않으려면, 공부해야 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모르면서 무언가를 한다는 게 죄라고 생각하니, 항상 공부하는 인생이 죄를 짓는 일이구나 하는 근원적인 생각까지 흘러간다. -_-
왜 항상 우리는 헤쳐나가야만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그것이 그런 노력을 수반하지 않아도 되는, 당연한 것일 때도 말이다. 그냥 사는데도 너무 쉽게 이루어버리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그냥 살면 너무 뒤쳐져버리는 그런 사람들의 차이는 단순히 운이고 팔자일까? 아무리 짓밟혀도 오뚝이같이 일어나는 그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 나는 그렇게 살 수 있을까? 그래도 나는 배웠으니까, 다시 그냥 열심히 살아야지 생각이 드는 건 그냥 순진하게 살다가 어쩌면 중산층에서 힘겹게 - 아둥바둥 사는데도 나아지는 게 없는.. 그런 것일까? 그래도 다행인 것은, 열심히 살면 너도 잘살수 있다고 어린 시절에 들었던 그 말들은 여전히 사실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처음 공부를 시작했을 때에는 1만명이 아니라 100만명을 먹여살릴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산업의 주역이 아니더라도, 100만명의 후생을 바꿀 수 있도록 사회시스템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지금은 그게 정말 오만인 것 같다. 내가 존경하는 분들은 정말 100만명 이상의 후생을 바꿔놓고 계시지만, 예전에는 그분들이 어쩜 저렇게 똑똑한 머리로 사회를 일구시나 싶었는데, 지금은 그 분들이 혼자서 하시는 것도 아니라는 걸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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